내 친구 중에, 많은 면에서 나보다 훨씬 조금 낫다고 생각하는 놈이 있어.
만날 때마다 배운다는 자세로 만나게 되고, 또 대화하다 보면 실제로 많이 배우기도 해. 생각도 깊고, 본인이 가진 능력도 뛰어나고, 태도도 좋아. 재수 없어.
얼마 전에 그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그 친구도 자기만의 깊은 고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솔직히 나는 그 친구 정도 되는 사람이면 삶에 별다른 고민이 없을 줄 알았거든. 근데 그 친구도 자기만의 힘듦이 있더라구.
그때 그 친구가 해준 얘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 뭐냐면,
살아오면서 삶에서 이별도 하고, 실패도 하고, 좌절도 겪어봤는데, 항상 그 시기를 지난 뒤에 돌아보면 대체로 좀 지나치게 힘들어한 거였대. 그니까 한 10 정도만 힘들 일인데, 내가 가진 어떤 착각 때문에 20~30까지 과하게 힘들어 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건 두 가지 생각(착각) 때문이라고 얘기해줬어. 하나는 이 힘듦을 나만 겪고 있다는 착각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고통이 영원히 갈 거라는 착각이야.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볼게.

나만 힘들다는 착각
첫 번째는 이 고통을 나만 겪고 있다는 착각이야.
예를 들어서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나만 인생이 힘든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울 때가 있지. 근데 그런 고민들은 사실 누구나 하는 거라는 거야.
나도 옛날에,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특히 내 커리어에서 고민이 엄청 많을 때가 있었어. 왜 이렇게 안 풀리지? 왜 이렇게 불안하지? 왜 이렇게 조급하고 압박감이 느껴지지? 뭐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었어.
그때 나보다 한 10~20년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던 분이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요즘 힘든 거 없으세요? 언제 주로 힘드세요?"라고 물어보니까,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매일 힘들어요” 라고 하시는 거야.
그 분은 내가 정말 존경하고 늘 닮고 싶은 분이었거든(지금도). 근데 그런 사람도 매일 불안하고 매일 압박감 속에서 산다는 얘기를 듣고 이상한 위로?가 됐어. ‘아, 이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면서.

그리고 또 그렇게 보니까, 반대로도 생각하게 됐어.
지금 어쩌면 내 주변 누군가는 내 삶을, 내 커리어를, 그니까 내가 불안정하게나마 쌓아가고 있는 것들을 보면서 ‘쟤는 아무 고민도 없겠지? 인생이 안 힘들겠지? 부럽다’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거야. (아님 말고..)
사람은 아무래도 밖으로는 좀 멋지고 화려한 모습만 은연 중에 보여주려 하잖아? 그래서 겉으로 보여지는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그런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아니거든.
아무튼 그래서 내 친구가 말해준, 우리가 과하게 고통을 받는 첫번째 이유는 이 고통을 나만 겪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야.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거지.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져.
두 번째는.. 너무 길어지니 다음 레터에서 마저 소개할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