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 불쑥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 때가 있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지금 이 길이 맞나? 나답게 살고 있는 건가? 회의감이 들고, 막 불안해지고 그럴 때가 한 번씩 있는 것 같아.

내 경험을 예로 들어볼게.

나는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어. 큰 기업, 큰 조직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보다는, 변화의 최전선에서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삶이 가장 멋있어 보였거든.

첫 번째 레터에서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난 공대를 나왔고, 일반적으로 공대를 졸업하면 대기업~중견기업의 생산직 또는 연구직으로 가는 게 국룰이었어. 어림잡아 10명 중에 8명은 그런 길을 가고, 이제 1학년 때부터는 그 길을 누가 더 빨리, 잘 가는지 준비하는 거지. 그게 너무 당연했어.

그러다 보니 선후배/동기 할 것 없이 학교 생활도 다 비슷하고, 준비하는 것도 다 비슷하고, 생각이나 고민도 다 비슷했어.

나는 그 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어.

(아마 다른 레터에서 얘기하게 될 테지만,)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많은 실망을 했는데, 그 실망감에서 오는 반항심 + 스타트업 쪽으로 가겠다는 뚝심 같은 게 뒤섞여서 꽤 다른 길을 걸었지.

그런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변 환경의 영향을 꽤 많이 받잖아?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이따금씩 주변 선후배/동기들을 보면서 혼자 고민도 많이 했어.

‘아 저게 맞는 건가? 내가 뭣도 모르고 창업, 스타트업, 이런 환상에 빠져있나?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실제로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확신하지? 저 길이 맞으면 어떡하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내린 선택

인간은 본능적으로 확실성을 추구한다고 해.

생각해보면 진짜 그렇지. 우린 불확실한 걸 정말 견디기 힘들어 해. 그래서 그냥 누가 답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냥 누가 다 정해주면 좋겠어.

그래서 우린 맹목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따라가곤 해. 그게 안전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 다들 핫하다고 하는 거, 누가 정해준 거, 이런 것들을 일단 따라가고 보지.

물론 그게 옳은 길일 수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

다만, 우리는 내 길이 무엇인지 모르면 일단 남들이 가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고 보는데, 이런 선택의 가장 큰 리스크는 그게 진짜 내 길이라고 착각하는 데 있다는 거야.

그니까 내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충분히 깊은 고민에 잠겨보지 않은 채, 나 자신과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채, 또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채 그저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수동적으로 내리는 선택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똑같이 A라는 선택을 내리더라도,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한 상태에서 결정한 A와 / 맹목적이고 수동적으로 남들을 따라서 결정한 A는 서로 아예 다른 선택일 거야.

운이 좋으면 그게 진짜 내 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그 길에 익숙해진 나머지 꽤 오랜 세월을 허비한 뒤에야 ‘아 이게 아니었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텐데, 이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


나 자신과 대화 나누기

레터가 너무 길어졌네. 슬슬 마무리 해야겠다. (는 아직 절반밖에 안 옴)

내가 가진 관점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고민이 들 때는 인스타 켜서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염탐할 게 아니라, 외롭고 어렵더라도 혼자 조용한 곳에 처박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야.

내가 지금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 애초에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뭔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갈 것인지 등등 이런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나 자신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주변에 이런 고민을 많이 해본 친구나 선배를 찾아서 물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또, 내 경험상 좋은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돼. 애덤 그랜트의 <싱크 어게인>이나 랜디 코미사의 <승려와 수수께끼>와 같은 책이 난 좋았어.

참,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또 하나는, 너무 고민에만 매몰되지 말고 직접 행동해보는 거. 사실 생각하는 행위 그 자체가 내 삶에 큰 변화를 만들어주지는 않는 것 같거든.

그래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고민하되, 작게라도 행동을 이어나가는 게 건강한 방법이라는 게 내가 가진 관점이야.

이런 고민이 들 때마다 내가 택했던 나름의 꿀팁들은 다른 레터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볼게. (물론 이런 노력들을 해도 한 번씩 고민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진짜) 마지막으로, 괴테는 <파우스트>라는 작품에서 이런 문장을 썼어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Man errs, as long as he strives.)”

 

그러니까 지금 방황을 하고 있다면, 그건 내가 지금 나만의 길을 찾으려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된다는 거겠지.

그래서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살면서 방황을 좀 해본 사람들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편이야.

진짜 자기만의 길을 찾느라 치열하게 고민하며 방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끝에 결국 자기만의 길을 찾은 사람들, 물론 그조차도 자신의 북극성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는 필연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냥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 좋아하고 존경해.

넌 어때?

한 번쯤 크든 작든 인생에 대한 정답 없는 고민을 하며 일종의 방황을 해보았을 텐데, 너도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또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의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