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똥 얘기해서 미안한데, 다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아냐고들 하지만.. 사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무슨 말이냐면, 직접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거야.

그 이유는, 세상의 많은 일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비해 실제로는 굉장히 미묘하고 맥락적인데, 우리 인간 원숭이들은(미안)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하고, 특히 다른 사람의 일이나 인생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래. 우린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잖아.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욕할 때도,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야. 누구나 한 마디씩 보탤 수는 있지만, 밖에서 보이는 것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게 늘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수도, 또 어떤 사람은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어. 밖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앎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야.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접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개나 소나 아는 척하며(미안) 한마디씩 던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 그럴수록 여기저기서 좀 주워들은 것을 갖고 마치 내가 대단한 통찰을 지니게 되었다고 착각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건 내가 대단한 통찰을 지닌 전문가라 잘 알아.

내가 작년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 이런 인용문이 나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남긴 연설의 일부라고 해: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닙니다. 강한 자가 어디서 무너지는지, 혹은 행동하는 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지를 지적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모든 명예는 실제로 경기장 안에서 뛰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얼굴이 먼지와 땀, 피로 얼룩진 채 용감하게 나아가며, 실수를 저지르고, 반복해서 실패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실수와 실패는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후략)

 

나는 특히 커리어 초반에 이런 실수를 많이 저질렀어. (아마 지금도?)

첫 1~2년 정도는 배움에 대한 의욕이 특히 크고, 또 실제로 새로 배우는 것이 많으니, 마치 내가 엄청난 전문가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거든. 더닝 크루거 효과에 제대로 빠졌다는 것도 모른 채!

 

내가 열심히 빨아들인 지식이 사실은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건 직접 창업을 해본 뒤에야 깨달았어.

아니 책에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나 아티클이랑 유튜브 많이 봤는데? 저 사람은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안 되지?

절레절레..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부딪혀보는 건 서로 전혀 다른 거더라. 머릿속을 아무리 꽉꽉 채워놨어도, 실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결국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어. 아마 내가 경험한 것들도 크게 보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 거야.

아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많은 걸 알고 있는 게 당연히 훨씬 나아. 시행착오의 확률을 그나마 줄여주니까. 다만 머릿속을 두둑히 채운 그 포만감이 나를 앎의 함정에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어쨌든, 세상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 머리로 대충 이해한 것만으로는 결코, 결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것 천지더라. 그래서 내가 해보지 않은 일, 살아보지 않은 삶, 되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

현명한 사람은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부끄러워지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너 넌 어때? 대충 이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까 상상했던 거랑 완전히 달랐던 경험 있어? 아니면 반대로, 그렇게 오해받은 경험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