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에 좋은 책을 하나 발견해서 오늘 레터에서 소개하려고 해. 바로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이라는 책이야.

사실 난 제목만 봤을 때는 그닥 끌리지 않았어. 또, 최근에 읽은 책 몇 권이 모두 별로였어서 살짝 빡친(?) 상태였던 터라 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읽기 시작했지.

그런데 웬걸,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났어. 나는 내가 가진 관점을 넓혀주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랬거든. 간단하고 쉽게 풀어볼게.


우리가 내면화한 것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내면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책이야.

내면화? 좀 생소하지?

무언가를 내면화했다는 건, 쉽게 말해 무언가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야. 책에 나오는 예시는 이런 게 있어: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떠들면 안 된다, 자신의 건강은 평생 잘 관리해야 한다, 밖에서는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게 청결하게 하고 다녀야 한다, 등등.

너무 당연하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여.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내면화’한 가치들이야.

책에서는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더 질서있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해.

아, 참고로 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구마시로 도루가 썼어. 그래서 일본(특히 도쿄)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한국(특히 서울)과 비슷한 점이 많더라고.

예를 들어 도쿄와 서울 모두 굉장히 발달한 대도시야. 공공질서나 청결함, 인프라 같은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외국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안전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도, 거리도 깔끔한 편이지.

이게 모두 우리가 내면화한 가치들 덕분에 사회에 질서가 생기고,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일 거야.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고도화된 사회(쾌적한 사회)가 오히려 우리의 자유를 빼앗고 다양성을 없앤다고 말해.


수준 높은 사회의 부작용

너는 스스로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교육 수준이나 의식 수준, 아니면 건강, 심지어 청결도나 행동까지. 어때? 넌 수준이 높아?

좀 불쾌한 질문이지? (미안) 저자가 이 책에서 꼬집는 게 바로 이거야.

사회가 더 쾌적해진다는 건, 그만큼 그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진다는 뜻일 거야. 더 높은 수준의 질서를 요구할 테니까. 예를 들어 옛날에는 식당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

 

실제로 책에 나온 예시를 들어볼게.

원래 어린 아이들은 철이 없잖아? 그게 당연한 거야. 그런데 사회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예의 바르고, 청결하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할 것을 강요받아. 만약 그 기준에 못 미친다? 그럼 ADHD와 같은 발달장애를 의심받게 되지.

“오늘날 일본의 아이들은 철이 들기도 전부터 청결하고 예의 바르며 차분해야 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가치를 배운다.”

또 이런 예시도 있어. 혹시 한여름에 지하철에서 악취가 나는 사람을 인상 쓰면서 피해본 적 있어? 아니면 걸음걸이가 수상한 사람을 보고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본 적 있어? 나는 있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야. (맞겠지..?)

그 사람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어도, 우리(=대다수의 사람들)와 뭔가 다르거나 약간의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은 사회에서 소외되지. 책에는 이렇게 묘사해.

“(…)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거동이 수상한 사람, 즉 질서에서 벗어나 보이는 사람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도록 훈련되어왔다.”

사회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러니까 사회가 더 질서있고, 깨끗하고, 안전하고, 쾌적해지는 과정에서 그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많아져. 그 사람들은 소외되지. 우리는 소외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이 질서에서 벗어난 사람들, 즉 비주류에게 일본 사회는 어디에서나 따가운 시선과 수상쩍은 눈초리를 감내해야만 하는 곳이다. (…) 질서의 안쪽에 머물기 위해서는 청결에 신경 쓰고, 복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수상한 거동으로 의심받지 않도록 행동과 태도를 관리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사실 얼핏 보면 위에서 말한 것들은 좋은 방향의 변화 같아 보이기도 해.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잘 교육시켜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거나, 사람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수준을 높이는 건 좋은 거잖아? 저자도 이런 진보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내면화하는 가치들이 오히려 우리의 자유를 빼앗기도 한다는 거야.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해’라는 게 많아지면, 그만큼 내 선택의 폭은 줄어들잖아?

저자는 ‘건강’을 예시로 들어.

현대 사회에서 건강은 거의 절대선에 가까워. 당연히 누구나 건강한 삶을 추구해야 하고, 심지어 운동을 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게 ‘갓생’으로 포장되어서 대단히 우월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해. 건강이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써도 쓰이고 있는 거지.

그리고 반대로 건강을 챙기지 않는 사람들, 예를 들어 흡연을 하거나,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가졌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부정적으로 비춰지지. (내가 술을 좋아해서 하는 얘기 아님..)

그런데 사실,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건강하게 살든 말든 그 사람의 자유잖아? 모두가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지는 않을 거야. 그냥 관리 안 하고 즐길 거 즐기면서 적당한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건강’이라는 가치가 절대선으로 내면화된 사회에서는, 건강하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은 부끄럽고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져. 우리 주변에는 건강 외에도 이런 예시가 정말 많아.

 

어쨌든 이렇게 사회가 가진 기준이 좁아지면, 그 사회에는 천편일률적인 가치만 남게 될 거야. 모두가 똑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개성은 사라지고, 소외되는 사람은 많아지고.

저자는 다양성이 ‘표백되고 있다’고 표현해.

“(...) 내 눈에는 그 다양성은 어디까지나 조건부로 보인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사회 참여는 청결하고 도덕적이며,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경제 활동을 하는 자립한 개인만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아, 너무 길어졌네!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먼저, 비슷한 책 하나를 추천하고 싶어. 바로 <비트겐슈타인과 규칙 따르기>라는 책이야. 조금 어렵긴 한데, 오늘 레터에서 얘기한 '내면화', 그러니까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고 그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기 좋은 책이라 추천해.

사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을 읽고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무력함이었어.

저자가 말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깊이 스며들어와 있어서, 개인의 힘으로는 이걸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사회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누리는 혜택도 분명히 있으니까,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으로서 실천해볼 수 있는 건 있을 거야. 내가 생각해본 게 있는데, 그게 뭐냐면.. (다음 레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