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는 친구들이 있어. 대학생 때 ‘스타트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뭉친 놈들인데, 이제 이전만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내가 여전히 정말 아끼는 친구들이야.
지난 주말에는 이 친구들과 함께 강화도에 다녀왔어. 한 친구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집에 놀러갔는데, 강화도가 자연과 꽤 가까운 곳이더라?
바닷가에서 🐟밴댕이 회라는 것도 처음 먹어보고, N년만에 🏔️등산(을 가장한 암벽 훈련)도 해보고, 🏖️해수욕장(인 줄 알고 간 갯벌)에 가서 발도 담그고. 저녁에는 친구 부모님 댁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시원한 🍻맥주 한(두세네다섯여섯) 잔도 곁들이고 말이야.
나는 서울 한복판에 사는데, 정말 오랜만에 자연에서 놀았어.

그런데 그 특별할 것 없는 짧은 하루가 정-말 행복하더라.
특별히 돈을 많이 쓰고 논 것도 아니고, 특별히 이색적인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자극적인 것도 없었는데 너무 큰 행복감을 느꼈어.
물론 나는 물질적인 것들이 주는 행복도 좋아하고, 말초적인 자극도 좋아하지만, 지난 주말에 느낀 건 사뭇 다른 종류의 행복감이었어.
내가 아끼는 친구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어쩌면 이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사실 이건, 아주 옛날 철학자들도 똑같이 한 생각이야.
에피쿠로스적 행복
아주 먼 옛날의 철학자 중에 에피쿠로스라는 사람이 있었어.
이 사람이 살았던 시대는 불안과 혼란이 극에 달해있던 시기인데(헬레니즘 시대라고 해), 그래서인지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나봐.
이 사람을 중심으로 한 ‘에피쿠로스 학파’는 이런 걸 강조했어.
그래서 에피쿠로스 학파 사람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정원같은 곳에 같이 모여 살면서 검소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어.
어때, 내가 강화도에서 느낀 게 이들이 말한 행복과 많이 닮아있지 않아?

인간의 세 가지 욕망
에피쿠로스는 인간이 가진 욕망을 세 가지로 나눴어.
에피쿠로스는 1번만 충족되면 인간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어. (나는.. 에피쿠로스 학파가 되기엔 글렀어)
어쨌든, 내가 지난 주말에 강화도에서 온전히 경험한 그 하루가 에피쿠로스적 행복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어.
자연과 가까이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큰 쾌락은 없지만 아무런 고통도 없는,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이 내가 짧게나마 경험한 에피쿠로스적 행복이었을 거야.
어쩌면 우리는 가장 쉬운 형태의 행복을 경시하면서 사는 건 아닐까?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느라, 의외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너는 어때? 에피쿠로스가 말한 행복을 경험해본 적 있어?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