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일기 써?

나는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정말x100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는 아니지만 꾸준히 써오고 있어.

그런데 최근에 읽은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 내 가치관을 정면으로 반박당했어. 아니 일기가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습관이라는 거야.

심지어 이 책의 저자는 1900년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자, 사회 운동가이자, 수학자이자, 심지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천재 할아버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야.


불행의 원인

아무튼, 나는 일기를 쓰는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정신의학에서도 일기 쓰기는 건강한 행위로 손꼽혀.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대체 왜 일기가 해롭고, 심지어 불행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 걸까?

먼저,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 말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시선이 자기 안에만 집중되는 거야.

정확히는, ‘자기 자신의 내면에만 몰두하는 경우’에 인간은 불행해진다고 말해.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지나치게 검열한다든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며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든지, 심지어 과대망상에 빠지든지 말이야.

그러면서 러셀은, 인간이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내면에 과도하게 몰두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해.

그러니까 일기를 쓰는 행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일기를 통해 자기 안에 더 갇혀버리는 게 나쁜 거지. 그럼 바깥 세계와 단절된 채 살게 될 테니 말이야.


행복의 원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바깥 세계에 대해서 진정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어. 그 대상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애인이나 친구, 가족과 같은 타인이 될 수도 있어.

그런데 일기 쓰기에 몰두하다 보면, 그러니까 자기 안에만 갇힌 채 지내면 바깥 세계와는 단절될 수 있겠지. 이게 바로 러셀이 말한 일기 쓰기의 위험성이야.

그러니까 정리하면, 일기 쓰는 행위 자체가 해로운 건 아닐 거야. 오히려 일기를 통해 우리는 일상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마주보며 나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다만 내가 가진 부정적인 감정, 또는 내 삶에 일어난 부정적인 사건을 계속해서 곱씹고 반추하는 역할을 할 때 일기는 나쁜 습관이 될 거야. 나를 내 안에 고립시키는 일기는 안 쓰느니만 못하지.

심지어 러셀은 이런 형태의 일기 쓰기를 두고 “행복을 가로막는 병적인 습관”이라고까지 했대.

빡센 할아버지지?


버트런드 러셀의 관점에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 유명하고 똑똑한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해. 네가 가진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서 한번 판단해봐!

참고로 <행복의 정복>에는 오늘 레터에서 이야기한 것 외에도, 행복과 불행에 대해 다양한 통찰이 담겨있는데 이건 다른 레터에서 다뤄볼게.

아무튼, 그래서 너 넌 어때? 평소 일기를 얼마나 쓰는 편이야? 혹시 오히려 일기를 쓰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빠졌던 경험이 있어?